이것이 내 복입니다
-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고백 -
이창승
복 있다 노래했었습니다.
만세에 일컬어 나를 복이 있다 하리라
노래했었습니다.
친척 엘리사벳 찾은 발걸음
방문 열었을 때
믿은 여자에게 복이 있다!
복 빎 받고
화답하여
만세에 나를 일컬어 복 있다 하리라
노래했었습니다.
갑자기 잉태한 큰 아이
세상 나올 날이 지척인데
나사렛 떠나 먼 길
베들레헴
머물 곳 없어
마굿간
뉠 곳 없어
구유에
맏아이를 뉘었습니다.
해산의 기쁨 누릴 틈 없이
가녀린 아이 숨통 끊으려는
칼날 피해
이집트,
숨어 숨어
나사렛
남편, 아내
오손도손 삶도 잠시
아이들만 곁에 남았고
날로 믿음직해지는 맏아들 어깨 기대
어찌어찌 살았습니다.
제 눈 안 거친
동네 처녀들 없었고
그 중 고르고 골라 이쁜 꽃 걸어주고
서른 살 맏아들 방에 들여보내는
꿈 꾸었습니다.
그 꿈 무르익던 어느 날
어미, 동생들 떠난 맏아들
광야로 들로 산으로 강가로 바닷가로
사람들을 몰고 다녔습니다.
어떤 힘, 돈 많고, 많이 배운 사람들은
그 사람 미쳤다 하였습니다.
졸지에 미친 아이 어미 되었습니다.
미친 아이 어미 된지 삼 년
이제는 제가 미칠 일 생겼습니다.
골고다 해골 언덕
강도들 십자가들 틈에
맏아들 달렸습니다.
제 두 눈은 아들의 붉은 피로 멀고
제 두 귀는 아들의 신음소리로 찢어졌습니다.
살 뼈 뚫고 나무에 박히는 못
온 제 마음 찔렀습니다.
어미는 그렇게
아들의 죽음을 보아야 했습니다.
제가 복이 있나요?
만세 사람들이여, 제가 복 있는 사람인가요?
말씀 믿은 여자여, 복이 있도다!
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예수라 하라
말씀 믿은 여자여, 복이 있도다!
그 말씀이 반드시 이루리라!
말씀이 내 태반에 잉태하여 사람 되고
그 사람 십자가 위에서 “다 이루었다!”
피 흘려 죽어 하나님 말씀 이루어
죄로 죽었던 나 살려내고, 다 살려내고
이것이 내 복입니다.
이것이 만세에 일컬어질 내 복입니다.
2000. 11. 2. 안산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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