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국과 세계의 오순절신학을 위해 KIPT

시의 샘

내게 있는 사랑은 -시몬 베드로의 고백-

한오신 2017. 6. 6. 15:54


내게 있는 사랑은

--시몬 베드로의 고백--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이 창 승

 

 

 

이해할 수 없었습니다.

칼을 빼들어

당신을 잡으려는 자들을 쳤을 때

오히려 저를 나무라셨습니다.

당신을 사랑하고 믿는 열정은

적이 아무리 많았다 할지라도

그들의 손아귀에서

당신을 건져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.

 

이미 맹세했었습니다.

다른 사람들은 모두

당신을 버린다 할지라도

당신을 따를 것이라고 . . .

당신이 왕만 되신다면

하나님의 나라

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서라면

이 생명을 아끼지 않겠다고 . . .

그러나 당신은 이 다짐을

모래성처럼 허물어뜨리시고

마땅히 받으실 보호를 외면한 채

어둠 속으로 끌려 가셨습니다.

 

가야바의 뜰에서 추웠던 것은

몸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.

추위와 안타까움, 두려움의 뒤범벅을

숯불로 달래려 할 때

그래도 저에게는 한 가닥 희망과

사랑이 있었습니다.

불꽃처럼 널름대는 질문들을 피하다가

닭울음 소리 칼날되어 마음에 꼿쳤을 때

저는 산 모양이나

죽은 자가 되었습니다.

 

저의 사랑이 없습니다.

저의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.

그런데 어찌 그리 물으십니까?

당신을 사랑하느냐구요?

구지 물으신다면 한 가지

지금, 여기 영광의 몸으로 계신 당신이

사망도 가두지 못했던 당신이

침 뱉음과 조롱을 당하시고

채찍에 맞으시고

나무아래 달려 쏟으신

그 물과 피가 저에게 생생한 것

저의 마음에 박히어 생생한 것

그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.

 

저에게 사랑이 남아 있습니까?

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

남아 있습니까?

저의 사랑은 없습니다.

저의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.

 

제 입술이, 혀가 제 사랑을 죽였습니다.

있다면 당신이 저에게 베푸신 사랑

생명을 아끼지 않으신

그 사랑이 있습니다.

제 사랑의 샘은 바닥을 드러내었습니다.

그러나 당신의 샘물, 사랑의 샘물은

여전히 저의 마음에서

솟아 나옵니다.

당신이 아십니다.

저에게 있는 사랑은 당신의 사랑입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
1991년 서울에서


'시의 샘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영혼을 유산시키고  (0) 2017.06.06
오직 당신 만의 죽음  (0) 2017.06.06
십자가 밑에서  (0) 2017.06.06
죽음의 두 문  (0) 2017.06.06
모리아산으로 가는 길  (0) 2017.06.06