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리아 산으로 가는 길
이 창 승
장막 휩쓴 거친 바람
땅마르는 가뭄 속에 횡동그란 배고품
둘 곳 모르는 발걸음
이집트 왕궁에 묶였다가
되집어 세겜 상수리 나무 밑
어둠이 열리고
가득 공중에 솟아나는 초롱 뭇별
꼬리 길게 그으며 가슴 속에 떨어지는 약속
백년 세월보다
더 무거운 말씀
장작더미 등에 지고 말없이 뒤 따르는
산 제물이여
너의 죽음은 내 소망의 끝
이 길 위에 난 내 발자국은
모리아 산으로 향한 것으로 끝나리라
내 마음은 이미 제물
말씀은 나를 가르고
내장을 도려 내었다
각이 떠지고
뼈는 어두운 길 위에 흩어지고
대지는 피를 삼켰다
1988. 10. 20