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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의 샘

모리아산으로 가는 길

한오신 2017. 6. 6. 15:48


모리아 산으로 가는 길

 

이 창 승

 

 

 

장막 휩쓴 거친 바람

땅마르는 가뭄 속에 횡동그란 배고품

둘 곳 모르는 발걸음

이집트 왕궁에 묶였다가

되집어 세겜 상수리 나무 밑

 

어둠이 열리고

가득 공중에 솟아나는 초롱 뭇별

꼬리 길게 그으며 가슴 속에 떨어지는 약속

백년 세월보다

더 무거운 말씀

 

장작더미 등에 지고 말없이 뒤 따르는

산 제물이여

너의 죽음은 내 소망의 끝

이 길 위에 난 내 발자국은

모리아 산으로 향한 것으로 끝나리라

 

내 마음은 이미 제물

말씀은 나를 가르고

내장을 도려 내었다

각이 떠지고

뼈는 어두운 길 위에 흩어지고

대지는 피를 삼켰다


  

1988. 10. 20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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