빌라도의 고백
이 창 승
썼다
유대인의 왕이라
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는
유대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
유대인의 왕이라
썼다
알았다
그가 진정한 유대인의 왕이라는 것을
하늘의 보냄을 받은 자가
유대인들의 참 왕 아닌가
어찌 로마인이 유대인의 왕이 될 수 있는가
어찌 로마인이 칼날로 세운 자가
유대인의 왕이 될 수 있는가
네가 왕이냐 물음에
그는 “내가 왕이니라” 말하였다.
아니었다
그가 메달린 나무에 새겨 달아 놓은 것은
그를 정죄하는 죄패가 아니었다
죄패가 아닌 명패였다
비웃고 있었다
그 명패는 비웃고 있었다
참 왕을 죽여야 하는 비겁한 나를
그 명패는 비웃고 있었다
참 왕을 알아보지 못하는
어리석은 유대인들을
비웃고 있었다.
그 명패는 한 가닥 내 양심이요
진실이었다.
1999. 4. 20
'시의 샘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십자가 밑에서 (0) | 2017.06.06 |
---|---|
죽음의 두 문 (0) | 2017.06.06 |
모리아산으로 가는 길 (0) | 2017.06.06 |
부활의 아침에 (0) | 2017.06.06 |
아직 파아란 사과들에게 (0) | 2017.06.06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