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국과 세계의 오순절신학을 위해 KIPT

시의 샘

빌라도의 고백

한오신 2017. 6. 6. 15:41


빌라도의 고백


이 창 승

 

 

썼다

유대인의 왕이라

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는

유대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

유대인의 왕이라

썼다

 

알았다

그가 진정한 유대인의 왕이라는 것을

하늘의 보냄을 받은 자가

유대인들의 참 왕 아닌가

어찌 로마인이 유대인의 왕이 될 수 있는가

어찌 로마인이 칼날로 세운 자가

유대인의 왕이 될 수 있는가

네가 왕이냐 물음에

그는 내가 왕이니라말하였다.

 

아니었다

그가 메달린 나무에 새겨 달아 놓은 것은

그를 정죄하는 죄패가 아니었다

죄패가 아닌 명패였다

 

비웃고 있었다

그 명패는 비웃고 있었다

참 왕을 죽여야 하는 비겁한 나를

그 명패는 비웃고 있었다

참 왕을 알아보지 못하는

어리석은 유대인들을

비웃고 있었다.

 

그 명패는 한 가닥 내 양심이요

진실이었다.

 

 

1999. 4. 20

 


'시의 샘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십자가 밑에서  (0) 2017.06.06
죽음의 두 문  (0) 2017.06.06
모리아산으로 가는 길  (0) 2017.06.06
부활의 아침에  (0) 2017.06.06
아직 파아란 사과들에게  (0) 2017.06.06