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의 샘
십자가 밑에서
한오신
2017. 6. 6. 15:52
십자가 밑에서
이 창 승
뛰어 내려 보라고
죽은 사람 살린 네가
그깐 못 세 개 뽑지 못하고
벌거 벗겨진 채 나무에 달려
죽느냐고
비양 거렸다
몰랐다
그가
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릴 자도
므깃도가 내려다 보이는 나사렛 끝 절벽에서
떠밀려 떨어질 자도
못 박힌 나무에서 뛰어 내릴 자도
아니라는 것을
그가 이미
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높은 곳에서
뛰어 내린 것을
그리고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까지
다시 뛰어 내리려 하는 것을
정녕 몰랐다
1996. 7